삿포로의 일루미네이션을 디자인한 조형작가
이토 다카미치
초겨울의 삿포로를 수놓는 삿포로 화이트 일루미네이션은 1981년 12월 오도리공원 2초메 광장에 있는 단 하나의 상징적인 오브제에서 시작되었다. 일본 최초의 일루미네이션을 기획, 디자인한 조형작가 이토 다카미치 씨에게 그 자신과 삿포로에 얽힌 이야기에 대해서 들어 보았다.
바람의 흔들림을 형태로 표현하는 조형작가
이토 씨의 작품은 「움직이는 조각」이라고 불린다. 경면(鏡面) 스테인리스 파이프를 구부려 구동모터로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작품을 많이 제작해 왔다. 조형작가로서의 원점은 20대 초반에 몸담고 있던 도쿄 시세이도 회관의 쇼윈도 디스플레이 디자인. 10년 동안에 100점이 넘는 작품을 제작했다고 한다.
「바람에 흔들흔들 움직이는 모빌을 쇼윈도에 장식했더니 많은 사람이 발길을 멈추고 봐주시더라구요. 그때가 1960년대 초반이었으니까 지금처럼 재미난 것이 넘쳐나는 때도 아니었고, 쇼윈도 앞에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순수하게 모빌의 움직임을 보고 즐거워 했지요. 그 후 예술계에서도 작품을 만들어 보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들어와 야외조각 전람회에 참가했는데 그 때 받은 상을 계기로 디자인뿐만 아니라 순수 아트세계에도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일본 최초의 일루미네이션은 「희망」을 이미지하는 오브제
삿포로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삿포로에서 자란 이토 씨. 그의 유년기는 전쟁이 막 끝났을 무렵이기도 하고, 풍족하지 못한 시대라 「빛」은 희망이었다고 한다. 1981년에 삿포로시가 삿포로 화이트 일루미네이션을 실시하게 되면서 당시 조명디자인 회사의 연구실장을 맡고 있던 이토 씨에게 디자인을 의뢰했다.
「일본 최초의 일루미네이션을 만들어 달라는 제의를 받았어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컸지만, 당시 12월의 삿포로는 너무 어둡고 우울한 시기였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시기라도 환하게 비춰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홋카이도의 침엽수를 모티프로 해서 『빛의 나무』를 이미지화 한 오브제를 만들었습니다. 일루미네이션에 전원 스위치를 넣는 순간 모두가 흥분했던 일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해가 짧은 겨울에 일본 전체가 빛의 오브제를 원하고 있었는지 삿포로가 실시하고 나서 여기저기에서 많이 만들어지게 되었답니다. 지금도 일루미네이션에 조명이 켜지면 전국의 뉴스 거리가 되고 있지요. 제 손을 떠나서도 지속되는 이런 사업을 선구적으로 실시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삿포로의 기후풍토가 길러낸 이토 다마키치의 감성
「어릴 적, 빛은 순수하게 아름다움 그 자체라고 생각했어요. 학생 시절의 많은 시간을 연극의 무대 미술에 바쳤고, 조명 장치를 만들어 빛을 연출하는 일에 몰두하기도 했지요. 삿포로는 눈이 쌓이면 지상이 단번에 밝아져서 천지가 거꾸로 된 듯한 느낌이 듭니다. 또, 모이와야마의 사계절에 따라 바뀌는 색채변화를 보면서 자라 지금의 저의 감성이 길러진 것이라고 생각해요. 작품제작의 원천은 역시 북쪽 나라 삿포로에 있어요. 일루미네이션처럼 앞으로도 삿포로에서 시작되는 독창성 넘치는 뭔가가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답니다.」
이토 씨의 작품은 삿포로 예술의 숲, 홋카이도 근대미술관, 삿포로시 청소년 과학관, 치에리아, 삿포로 의대, 도호생명 빌딩의 시계, 그랜드호텔 북쪽의 우체국 앞 등에 전시되어 오늘도 삿포로 거리의 빛을 받아 움직이며 시간을 새기고 있다. 이제 그의 작품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늘 접하는 경치의 일부가 되었다. 이토 씨의 작품을 찾아서 삿포로 시내를 돌아보면 색다른 삿포로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토 다카미치
조형작가
1939년 삿포로 출생. 1962년 도쿄예술대학 미술학부 졸업, 같은 해 아틀리에 모브 설립. 1970년 오사카 국제박람회 테마관, 일본관 등 다수의 파빌리온 디자인을 담당. 호텔, 공공시설, 공원 등의 대형 조명 조형물을 제작. 1980년 삿포로 화이트 일루미네이션 트리 등의 디자인을 담당. 홋카이도 내를 비롯하여 국내외의 수많은 공공미술 조각을 설치. 1993년부터 도쿄예술대학 미술학부 교수로 취임, 디자인 교육에 종사하다. 부학장 등을 역임. 현재는 도쿄 신주쿠와 기타히로시마시 오마가리에 있는 아틀리에를 거점으로 작품제작 활동을 한다. 중국의 상하이에도 일부 거점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