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야스다 칸(安田侃) 인터뷰.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삿포로역의 아트작품, 감동적인 야외공원 ‘아르테 피아차 비바이’
삿포로의 출입구라 할 수 있는 삿포로역. 하루에 수십만 명도 넘는 사람이 왕래하는 이 장소에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조각가 야스다 칸 씨의 조각 “묘몽(妙夢)”이 설치되어 있다. 거리와 조각에 대해, 그리고 출생지 비바이에 있는 야외조각공원 ‘아르테 피아차 비바이’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삿포로역의 상징적인 존재로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묘몽(妙夢)”
삿포로역에서 내려 거리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역전도로로 이어지는 아트리움으로 나오면, 자연 햇살을 받고 서 있는 매끄럽고 약간 둥그스름한 조각이 맞이해 준다. “묘몽(妙夢)”이라는 이름의 야스다 칸 씨의 이 조각은 언제나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역의 상징적인 존재이다.
“이 정도 크기와 무게의 대리석 조각을 실내에, 그것도 하루 수십만 명도 넘는 승하객이 왕래하는 역의 동선 중앙에 설치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거의 예가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 조각이 사람들의 왕래를 방해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 확신대로 현재, “묘몽(妙夢)”의 주위에는 약속상대를 기다리거나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로 언제나 북적이고 있지요. 아무래도 “만져보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키는 것 같아요. 무의식중에 손을 뻗어 작품을 만지는 사람, 구멍을 드나들며 노는 아이들, 특히 아이들은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하니까 조각을 보면 달려와 안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데, 아이들의 반응은 어디나 다 똑같아요.”
필생의 사업으로 작품제작을 계속하는 ‘아르테 피아차 비바이’
1992년에 개원한 아르테 피아차 비바이에도 매일 아이들의 환성이 울려 퍼진다. 7만㎡나 되는 광대한 부지에는 야스다 칸 씨의 작품이 40점 이상 배치되어 있다. 한 조각에서 다음 조각까지의 거리는 바로 전에 감상한 조각을 잊어버릴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조각을 천천히 둘러보는 사이, 어느샌가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되거나, 동행이 함께라면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2007년에 로마에서 전람회를 열었을 때, 두 명의 딸을 데리고 온 여성이 제게 말을 걸어 왔어요. 저는 1972년에 피렌체에서 개최된 조각가 헨리 무어의 전람회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는데, 그 여성분도 그 전람회를 보고 난 뒤 인생에서 괴롭고 힘들 때면, 그때 받은 감동이 자신을 지켜주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우리 딸들도 당신의 전람회에서 받은 감동을 앞으로 살아가면서 틀림없이 떠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바로 그렇게 아르테 피아차 비바이가 찾아온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인생의 버팀목이 되어 주는 감동의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마음으로 개원 당시부터 일절 타협하지 않고 제 필생의 사업으로서 지금도 작품제작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아트작품으로 재생된 공간이 주는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
“고대 로마의 흔적이 남아 있는 트라야누스 제왕 시장에 ‘의심귀(意心帰)’라는 작품이 영구적으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탈리아인은 2,000년 이상이나 전에 만들어진 것에서 영감을 얻어 1,000년 후의 사람들을 생각하며 거리에 조각을 설치하죠. 그 옛날 홋카이도 유수의 탄광도시로서 번창했던 흔적이 남아 있는 구 초등학교 교사나 탄광주택가가 있던 자리를 아트작품으로 재생한 아르테 피아차 비바이는 과거에서 계승되는 시간을 의식하게 하고, 자기를 깊이 돌아보는 시간을 주는 공간입니다. 그런 장소가 지금의 일본에 가장 부족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므로 아르테 피아차 비바이는 앞으로 몇백 년이 지나도 보존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각은 인간의 일생보다 훨씬 더 긴 시간 그 장소에 존재하면서 무수한 감상자의 인생을 지켜본다. 삿포로역, 소세이가와공원, 삿포로 콘서트홀 ’키타라’, 홋카이도 지사공관, 삿포로 예술의 숲, 홋카이도립 근대미술관에 설치된 야스다 칸 씨의 조각은 100년 후의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 줄까? 이 작품들을 둘러본 다음은 부디 아르테 피아차 비바이에도 발길을 옮겨 보시길 바란다. 자연과 조각이 조화를 이룬 공간에서 “나로 돌아가는”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체험이 될 것이다.
스다 칸(安田侃)
조각가
1945년 홋카이도 출신. 도쿄예술대학대학원 조각과 수료 후, 1970년에 이탈리아 정부 초빙 유학생으로서 이탈리아에. 로마 아카데미 미술학교에서 페리클레 파치니 씨에게 배움. 이후, 대리석과 브론즈로 조각 창작활동을 계속하고 있다.